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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만 존재하는 ‘20대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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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기사입력 2021-04-12 [17:46]

▲ 영화 '용서 받지 못한 자'의 한 장면.     ©

 <통계로만 존재하는 ‘20대 남성’>

 

최근의 재보선에서 이변이 벌어졌다. ‘20대에선 전통적으로 진보진영 강세’라는 법칙을 깨고, 20대 남성 대다수가 보수당에 표를 던진 것이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20대 남자는 우매하고 깨어있지 못한 개돼지’라 비난하고, 누군가는 ‘민주당은 페미니즘을 버렸어야 한다’라며 뒤늦은 성토를 한다. 

 

20대 남성은 이상하리만치 화제가 안되는 집단이다. 20대 여성이라 하면 명품이나 유행 등 문화 관련 주제에 단골로 등장하고, 30대 여성이라 하면 비혼과 페미니즘, 여성차별의 피해자 등으로 주로 오르내리며, 30대 남성은 무주택이나 카푸어 등의 무능력한 이미지라도 존재하는데, 희한하게도 20대 남성은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통계로만 존재하는 집단이다. 

 

20대 남성은 굉장히 약한 집단이다. 군대 2년의 희생으로 동 연령대 여성보다 스펙에서 떨어지고, 돈이 없어 문화적 영향력도 없으며, 연애에서도 잘난 일부를 제외하면 항상 경쟁하고 들이대 선택받아야만 하는 을이다. 군대와 예비군 등 병역 의무를 지기 시작하고, ‘평범한 30대’의 조건인 ‘결혼’을 위해 집/차/돈/일 네 가지를 모두 쟁취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는다. 같은 20대 여성들이 공연, 여행, 맛집 탐방 등의 기품있는 취미를 누리는 동안 일하고 남는 시간에 방구석에서 게임을 하거나, 스포츠 중계를 보거나, 같은 남자 몇몇이 모여 술이나 마시는 게 취미인 세대이다. 

 

20대 남성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질 수 없는 세대이다. 상기했듯 현실에 치여 목소리를 낼 시간도 없고, 구심점이 될 만큼 여유 있는 사람도 없다. 결혼 혹은 직장 둘 중 하나만 충족해도 ‘평범한 30대’가 되는 20대 여성과는 달리, 20대 남성은 ‘집/차/돈/일’ 네 가지를 충족해야 ‘평범한 30대’가 되는 만큼, 자신 하나에 오롯이 신경 쓰기에도 벅찬 세대이다.

 

영향력을 갖지 못한 약자만큼 사회가 신경 쓰지 않는 존재는 드물다. 그리고 그 온전한 예시가 20대 남성이다. 코로나로 여성 자살률이 늘어난 일이 주목받았지만, 이미 그 이전부터 늘 동 연령대보다 2배까지 높은 20대 남성의 자살률은 단 한 번도 주목받은 적이 없다. 20대 여성들이 당하는 차별은 늘 떠들썩하지만, 먹고사느라 바쁜 20대 남성들이 술자리에 끌려가 광대짓을 하고 회사에선 온갖 잡무를 다 떠맡고 몸 쓰는 일에 끌려가며 홀로 국가를 지키는 데 2년을 허비하는 일은 누군가 말만 꺼내도 ‘찌질하다’며 입막음 당하기 일쑤이다. 결국, 20대 남성은 ‘삶은 더럽게 팍팍한데 누구 하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외로운 세대이다.

 

재보선의 참패는 물론 언론의 편파성과 당의 우유부단함, 분열 등 많은 사람이 지적한 문제점들의 결과이다. 다만 대이변이라 부를 만한 20대 남성의 보수 몰표 사태로 한정 짓는다면, 가장 큰 이유는 말한 바와 같다. 여느 때와 같이 20대 남성을 쳐다도 안 본 민주당과, 난생 처음 그들의 소리를 듣는 척만이라도 한 국짐 중 어느 쪽이 표심을 가져갈지는 뻔하지 않은가.

 

20대 보수 몰표 문제는, 페미니즘도 아니고 여성에 대한 배려도 아니다.

그저 통계로만 존재하는, 20대 남성에 대한 소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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